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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세대 증가 위기감

기사승인 2019.02.10  19: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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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옛 유교사회에서는 늙은 나이에 혼자 사는 사람들을 제일 측은하게 생각했다. ‘환과고독(鰥寡孤獨)’이란 말이 그것이다. 늙고 가난한데다 병들어 보살필 자녀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초가 되면 임금은 수령들에게 어명을 내려 적극적인 보살핌을 당부했다.

홀아비 처지를 가장 비극적으로 그린 고전이 심청전이 아닌 가 싶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심학규는 심청을 낳고 얼마 안 돼 아내가 죽자 젖먹이를 안고 동냥젖으로 키운다. 판소리 심청가 심학규의 비가는 측은하기 이를 데 없다. 아내의 시신을 부여잡고 통곡하는 대목이 가장 절정이다.

-(전략)...가슴을 쾅쾅 머리도 지긋지긋 두발을 둥둥둥 여광여치 실성발광 망지서지를 가르쳐 아이고 마누라 마오 죽지마오 ...(중략)...긴긴밤을 젖 먹고저 우는 자식 뉘젖 먹여 길으리까 아이고 마누라 목재비질을 덜컥덜컥 이리저리 헤메이며 아이고 마누라 아 아이고 이를 어쩔거나 아이고...(하략)-

그가 딸을 인당수 제물로 팔고 다시 얻은 뺑덕어멈도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곁을 떠난다. 앞을 보지 못하는 노인은 손 잡아줄 사람 없이 수 백리 한양 길을 떠났다. 심청전의 이 같은 참담한 설정에 견줄만한 고전은 없다.

변강쇠가의 남녀 주인공은 홀아비와 과부다. 변강쇠는 미색이 넘치는 옹녀를 만나자 대뜸 불쌍한 처지를 위로하며 함께 살자고 수작 부린다.

“여보시오 저 마누라 어디로 가시오. 숫 계집 같으면 핀잔을 하든지 못 들은 체 가련마는 ..홀림목 곱게 써서, 삼남으로 가오. 강쇠가 연해 물어 혼자 가시오. 혼자 가오. 고운 얼굴 젊은 나이 혼자 가기 무섭겠소. 내 팔자 무상하여 남편 잃고 자식 없어 나하고 함께 갈 사람은 그림자뿐이지요. 어허 불쌍하오. 당신은 과부요 나는 홀아비니 둘이 살면 어떠하오.”

남녀가 생전에 짝을 찾지 못하면 죽어 원귀가 된다고 생각했다. 변강쇠와 옹녀도 죽어 원귀가 안 되기 위해 서둘러 합방을 한 것인가.

우리 민담에 총각으로 죽으면 몽달귀신, 도령귀신, 삼태귀신이 된다고 했다. 처녀귀신은 ‘손각시’, ‘원혼여귀’로도 불렸다. 총각귀신은 인간에게 악행을 저지른다고 믿었다. 황진이가 기생이 된 것도 총각귀신의 망령을 헤어나지 못한 때문이라는 속설이 전한다.

민속에 사혼식(死婚式)이란 기속이 있었다. 총각 귀신과 처녀귀신의 혼례를 치르는 영혼결혼식으로 산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 식을 거행했다. 이 같은 기속은 현대에 까지 이어져 실제로 교통사고로 일찍 죽은 자녀 부모들이 합의하여 사혼식을 치렀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올해 우리나라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이혼하고 혼자 사는 돌싱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최저이고 이혼율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대로 가다가는 몇 십년 후면 온통 도시 전체가 환과고독 노인국가로 전락될 위기감마저 생긴다. 생각만 해도 암담하지 않은가.

남녀가 결혼하는 것은 인간됨의 섭리다. 옛 유서에도 ‘이성지합 생민지시 만복지원(二姓之合 生民之始 萬福之原)’이라고 했다. 남녀가 결혼하는 것은 삶의 시초이며, 만복의 근원‘이라는 뜻이다.

혼자 사는 것 보다 짝을 만나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 될 때 나 홀로 세대가 줄어들 것이다. 이 같은 문제가 해결 될 때 한국의 미래가 밝다. 젊은 세대의 결혼율과 출생률을 높여주고, 환과고독 탈출을 도와주는 국가, 사회적 배려가 절실한 시점인 것 같다.

이재준 limlee9@hanmail.net

<저작권자 © 세종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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