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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맞이 최고 선물?

기사승인 2020.01.13  18: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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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배 돈 몇 닢 쥐면 벌어지는 입 / 열 손가락 꼽아 보며 날개 단 아이 / 주머니 불어날 때 하늘 난다. / 상아래 혼자 된 떡국 사발 / 할머니가 덜어낸 주름살 무게 / 필자의 시 ‘설날 그리기’ 일부다.

아직 기대한 풍설(豊雪)은 아니지만 가끔 비치는 눈발 사이로 쥐띠 해가 불끈 떴다. 작년 그 모습에 변함없으나 사람들마다 새해 소망을 담는다. 예부터 쥐는 의인화하여 서생원(鼠生員)으로 불렀다. 1950년대 필자의 고향집은 가족 두 배 숫자쯤인 쥐와 층간 아닌 천장 소음을 즐기다시피 동고동락(同苦同樂)해 왔다. 꾸러미처럼 몰려다니며 온갖 살림까지 뒤죽박죽 흩어대던 추억 속 동물들, ‘농어촌 개량화 사업’에 밀려 하나 둘 떠난 뒤 얼씬도 않는다. 어디로 갔을까? 고양이 할 일조차 없어졌다. 당당한 경자(庚子)년 쥐의 끗발로 행운을 점친다. 궁금한 운세를 인터넷 검색해 보았다. ‘승진 운, 횡재 운, 득남 운’ 전혀 가당찮은 웃음거리여서 ‘토정비결’에 눈길이 쏠린다.

누가 만든 명절인지 어머니 손끝에서 뜬 청국장 냄새로 코끝을 유혹한다. 친척은 물론 마을 어른까지 찾아 세배를 다닌 어렸을 적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 집 일 년 제사는 열 번 이었지만 누룩 버무려 손수 빚은 제주(祭酒)부터 어머니 흠모로 방점을 찍으셨다. 평생 여섯 며느리 흉을 볼 줄 모른 채 고부간 꽤 따뜻한 지평의 선두주자셨다. 김장철 무는 산삼보다 훨씬 낫다며 입안이 얼얼하도록 입에 넣어 주시던 연어와 가시고기보다 앞 서열인 희생적 삶, 날이 갈수록 시린 명화(名畫)다.

때가 되니 방송 프로그램은 ‘신종 명절병·제사병’을 주제로 이런저런 편견과 속내를 드러낸다. 재산의 균등상속 도화선인 형제간 제사 떠넘기기 역시 패널들 얘깃거리가 길다. 사람사회 으뜸이었던 ‘효’ 개념부터 어느 순간 잊혀져 ‘삼강오륜’이나 ‘장유유서’를 비웃듯 실버 세대 전설처럼 떠돌고 있다. 103세 어머니를 모신 일흔다섯 살 중풍환자 아들의 반추가 아리다. 부모도 자식도 제대로 된 관계법칙은 저마다 다르다. 어쨌든 ‘살아생전 일배주(一杯酒)’란 모멘텀을 깨뜨리지 않는 꼬순 명절 시나리오, 한결같은 바람이다.

핑계대지 말고

사실, 신세대 입장에선 제 자식을 위한 기름진 콘텐츠는 쾌속 진화하면서 공경 온도는 식어가니 서운할 일이다. 이번 설은 앞 뒤 날짜를 헤아려 보니 꽤나 길다. 아무리 변해도 그대로인 것 ‘피는 물보다 진한’ 교육 본(本)의 좋은 기회다. 제사도 끝나기 전 뒤틀린 피붙이 끼리 불협화음과 돌발행동, 아이들이 금세 배운다. ‘부메랑’이 뭔가. 다음 상황은 보나마나다. 숱한 사례 중 대부분은 ‘못나고 못 배운 자식일수록 효의 귀감’으로 꼽힌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게 올바른 사람이다. 부모·자식·형제 간 엇박자 재활은 오랜 시간을 두고도 치유가 어렵다. ‘자식 믿지 마라, 땡전 한 푼 주지 마라’ 서슬이 시퍼런 채로 성토하면서 당신 딸과 아들은 반드시 예외인 게 우리네 부모님의 공통된 정서다.

부당해 보이나 그럴 만하다. 청년세대 고통, 어디 한 두 가지랴. 중요한 건 긍정 대응과 창조적 에너지다. ‘애들이 어쩌구 경제가 저쩌구’ 핑계 끌어 붙지 말고 이번 설엔 자식들 발짝 소리 선물을 하자. 모름지기 그 숙제먼저 해결되면 2020 운세는 저절로 만사형통(萬事亨通)할 괘(卦)다.

오병익 obinge@hanmail.net

<저작권자 © 세종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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