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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노부부 ‘시각 장애’ 모친 사랑

기사승인 2020.05.03  23: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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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 사직푸르지오아파트 홍승원씨 부부
15년 째 ‘꼬부랑 할머니’ 수족 돼 시중
반찬 수발, 아파트 주변 함께 산책

   
▲ 김태순 대표기자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막 하루 전날인 2월 8일 강릉 사모정(思母亭)공원에서 이색 성화봉송 행사가 있었다. 우리나라 어머니의 표상인 신사임당이 어린 아들 율곡의 손을 잡고 친정어머니를 뒤돌아보며 한양으로 떠나던 옛 모습을 재현한 모자(母子) 성화봉송 행사다.

우리 화폐를 보면 모자의 사진이 한 나라 한 시대의 화폐에 들어 있는 일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사임당으로 분장한 어머니와 율곡을 대신한 아들, 실제로 모자가 성화를 봉송하는 장면은 우리 효사상을 세계화하는 발원지로서의 면모를 세계에 과시했다.

앞 못 보는 구순 어머니 손발이 돼 시중을 드는 칠순 부부가 있어 날로 쇠퇴하는 효 사상에 귀감이 되고 있다.

자신 몸조차 가누기 힘든 노부부가 구순 어머니 수발을 하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청주시 사작푸르지오캐슬아파트 108동에 사는 홍승원씨(69) 어머니가 앞 보지 못한 건 15년 전이다. 부인은 홍씨와 동갑내기다.

해마다 맞는 어버이 날이지만 홍씨 부부에겐 남다르다.

어머니가 시각 장애 판정을 받은 건 녹내장과 중풍 등으로 안압이 가해지는 바람에 시신경 마비로 실명 했다. 당시 시신경을 살리기 위해 전국 유명한 병원을 찾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달 어버이 날을 맞아 ‘모자 수발 미담’을 취재하자고 제의하자, 홍씨는 “이이고~ 그런 거 쓰면 창피해”하며 손사레를 쳤다.

당연이 아들로서 어머니에게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홍씨는 충주시 금가면 출신이다. 농사 전업인 부모에서 2남4녀 중 장남이다. 부친은 17년 전에 작고했다. 어머니는 올해 89세다. 아들과 나이 차이가 20년이다.

9년 전 진천부군수를 마지막으로 공직을 떠났다. 이어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임기 4년을 마친 게 5년 전이다. 그는 소통과 ‘연성의 리더십’이 몸에 밴 따뜻한 사람이다. 공직 퇴직 후도 따르는 선·후배들이 많다.

퇴직 후 요즘은 건설회사 부회장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 어머니는 ‘꼬부랑 할머니’다. 20여년 전 척추 이상으로 등이 ‘ㄱ자’로 굽었다.

없는 살림에 6남매 키우느라 힘든 농삿 일도 마다하지 않은 게 원인이다.

어머니는 허리가 굽어 하늘을 보지 못하지만 식사나 생활에 별 지장이 없다.

평소 어머니를 모시고 아파트 주변을 산책 하는 건 홍씨의 몫이다. 겨울에는 지하 주차장에서 모자가 산책하는 걸 볼 수 있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햇볕과 산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공직에 있을 때는 아내가 어머니 수발을 하느라 갖은 고생을 해야 했다.

공직을 그만 둔 후 어머니 시중은 장남이 전담하고 있다. 어머니가 식사 할 때는 반찬을 손수 숟가락에 얻어준다. 개인 모임이 있어도 어머니 식사 수발은 본인이 해야 직성이 풀린다.

20년 전 꼬부랑 할머니…노부부가 식사는 물론 산책도

오전에는 본인이, 오후에는 아내가 어머니 수발을 교대로 한다. 두 부부는 어머니 수발이외 오후면 같은 아파트(412동) 사는 손자와 손녀도 돌보고 있다.

맞벌이 아들(39세) 부부가 손자 쌍둥이(5세)와 손녀(초등학교 4년) 등 자녀 3명을 돌보기란 힘들다. 그래서 부부가 시간 날 때마다 손자, 손녀를 돌보고 있다. 부모 사랑에 이어 자식 사랑도 남다르다.

여동생 4명도 수시로 어머니에게 안부 전화를 한다. 이번 어버이 날 앞두고 딸들이 어머니를 뵙고 인사를 했다.

자식이 모시기 힘들다는 이유로 부모를 양로원에 보내는 게 다반사다. 양로원은 ‘현대판 고려장’이다.

자식은 부모 그림자를 밟고 자란다고 한다. 효도 대물림하는 것이다. 인공시대, 첨단시대이지만 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식은 효도하고 싶어도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부모 작고 후 후회한 들 소용이 없다.

효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날씨가 좋으면 부모님과 함께 산책하며 맛있는 것도 먹고 바쁘다면 안부 전화라도 하면 그보다 좋은 효도는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부모님께 간단한 문자 한 통이라도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

김태순 기자 kts56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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