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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업 농부가 한 치 오차없이 이앙기로 1700여평을 2시간만에 모내기를 마쳤다. | ||
◇ '스마트 팜' 1인 농업시대
요즘 농촌은 트랙터가 논 갈고, 이앙기가 모내기하고, 드론이 벼 방충 작업 하는 '스마트 팜' 1인 농업시대다.
모 키우기, 모내기, 농약살포, 벼베기 등은 전업농부가 대행한다.
초벌·재벌 로터리, 논 둑 풀베기, 물 관리만 하고 있다. 그래서 도시농부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
5월 22일, 모내기 날이다.
모내기는 일년 농사 중 절반이상 차지한다. 모내기 앞서 복합 비료 살포, 논 둑 제초 작업, 초벌·재벌 로터리, 물 관리(흙이 보일 정도) 준비가 필수다.
육묘 해충 방제 뉴명콤비(무상지원), 마세트(초기 제초제)도 준비해야 한다.
모내기는 20일 하기로 했으나 비로 인해 22일 했다. 비가 올 때 모내기 강행하면 이앙기 오작동, 초기 제초제 마세트 분사 이상 등 우려로 기피한다.
지난해 보다 모내기가 4일 이른 거다. 올 벼 품종은 '미호'다. 농진청에서 권장한 품종이다. 낭성에서는 처음 시도한 것이다. 5월 25일 전에 모내기 작업을 마쳐야하는 중만생종이다. 쓰러짐에 강해 도복 우려가 없고 줄무늬잎마름병 등 병해충을 극복할 수 있는 복합내병성이 강한 품종이다.
밥이 쫀뜩 쫀득하고 찹쌀처럼 차져 밥 맛이 좋다. 식감이 부드러운 특징이 있다.
농촌에서는 로타리 치는데 평당 200원이다. 모내기를 하려면 초벌, 재벌 2차례 로타리를 해야 한다. 경작하는 논(1700평) 로타리만 치는데 74만원이다. 로타리, 모내기, 벼베기 비용을 지불하면 농사를 지어도 타산이 맞지 않는다.
농촌 미래는 어둡다. 농기계센터에서 트랙터를 임대 하면 임대료 4만5000원, 렉카비 4만원, 경유 2만5000원, 세차비 물값 1만원 등 12만원 정도 소요된다. 정부에서는 직불금, 농약, 비료 등 지원을 하고 있다. 논 100마지기 농사를 지어도 9급 공무원 수입만도 못하다 게 농촌 현실이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난다,
트랙터 운전은 6년 전 충북도자치연수원에서 배웠다. 도시농부에 트랙터, 두둑기 기술은 필수다.
전업 농부는 2시간에 만에 모내기 작업(1700평)을 마쳤다. 전문 농업인이라 '이앙기 달인'이다. 한 치의 오차, 실수도 없이 단번에 끝냈다.
이앙기는 일본제품으로 올해 4000만원 들여 구입했다고 한다.
이앙기 구입은 자비 2400만원, 융자 1600만원이다. 융자 시 부인도 함께 보증을 섰다고 한다.
국산 이앙기보다 2배 비싼 가격이다. 가격이 비싸도 일제를 선택했다. 이유는 모심을 때 국산이 일제보다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트랙터도 국산보다 이탈리아 등 수입산을 선호한다.
농기계 분야는 국산이 외산에 비해 기술력이 뒤진다.
앞서 나흘 전(18일) 평탄 작업을 했다. 모내기 등을 도와주는 전업 농부로부터 10일전 연락이 왔다.
모내기 전날 청주시 낭성 농기계센터 오후 3시30분 방문했다. 임대 하루 전 오후 트랙터를 미리 인수하면 이튿날 이른 새벽에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만큼 여유가 생긴다.
임대료 4만5000원 카드로 결재했다. 트랙터는 대동 LX430(대동 바 9723)이다. 우선 사용한 적이 있어 친근감이 든다.
6년 차 트랙터을 운행하지만 낯설다. 어설픈 농부라 어쩔수 없다.
인수와 동시 논으로 직행해 운행 했으면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청주서 렉카 차를 호출하면 1시간정도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리 농기계센터에 트랙터 가지러 간다고 연락했지만 소용이 없다. 미리 레카차 업체에 연락해 트랙터 인수를 동시에 진행했으면 했다.
관에서는 하는 일이 그렇다. 서비스보다 보신주의로 운영하는 게 고착화 된 지 오래다. 철밥통은 아이디어를 내 서비스 할 필요가 없다. 임대료 지불 후 렉카 차를 부르는 게 메뉴얼이란다. 대기하는 동안 트랙터 조작법을 직원이 간단히 알려준다.
매년 초벌, 재벌 2회 로타리했다. 하지만 트랙터를 대하면 긴장하기 마련이다.
논이 진흙이 많아 트랙터가 운행 중 수렁에 빠져 구호요청을 할 때도 있다.
◇ 트랙터 이동시 전복 등 사고위험
작업 마친후 논둑으로 이동할 때 주의해야 한다. 논 둑길 상태가 좋지 않아 전복위험이 있다. 트랙터는 때론 농부들 생명을 위협한다.
전복 시 같은 방향으로 뛰어내리다 압사하는 참변을 당할 수 있다.
렉카차가 도착했다. 기사는 인사도 대충, 명함도 건네지 않는다.
운반비 받으려면 소속 회사, 계좌번호가 적힌 명함을 건네기 마련이다. 먼저 명함을 건네며 인사하는 게 상식이다.
트랙터를 도로 옆에 놓고 그냥 가는 게 아닌가.
낭성 농기계센터에 전화해 "트랙터 농지까지 운행해 주면 한다"고 사정했다.
그러자 렉카차 기사는 "지금 가덕쯤 가고 있다"며 난감해 한다.
논 진입로가 마을도로확장으로 새로 개설한데다 급경사이다. 진입 시 사고 위험이 있다. 그래서 농지까지 운반을 제의했다. 기사가 20여 분 후 마지못해 도착했다.
"다시 불러 미안하다'했지만 시쿤둥한 표정이다. 트랙터만 논까지 갔다 놓고 그냥 가버린다. 종전 기사는 트랙터 운반은 물론 현지서 간단한 조작법을 알려줬다.
레카비는 8만원이다. 시, 본인 부담이 각 50%다. 트랙터 도로 운행 시 사고 방지차원서 레카업체가 대행하고 있다.
하지만 작업 마친 후 트랙터 세차를 하러 옆 마을까지 갈 때는 혼자 도로 주행한다.
트랙터 임대 횟수, 조작 능력을 감안 해 렉카 차 운반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
트랙터에 익숙한 농부들은 렉카차 운반 비용 부담에 볼멘 소리를 하기 마련이다.
지난해 같으면 혼자서도 논까지 운행이 가능했다.
◇ 마을 도로확장 공사로 논 진입로 급경사, 트랙터 사고위험
올 봄에 귀래리 마을 진입로 부분 확장공사를 했다. 그 과정에 논 진입로가 부실 공사다.
비교적 완만했던 진입로가 급경사로 변했다. 마을 진입 도로 확장 과정에 논 소유자 동의없이 논 진입로를 훼손한 것이다.
트랙터 등 농기계 진입시 경사가 심해 전복 위험이, 장마 시 사면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 농기계 회차로도 사라졌다.
이 같은 점을 현장 소장에게 얘기 했지만 소용이 없다. 낭성면 개발팀에 3차례 시정을 요구했다. 팀장, 주무관이 현장 답사 후 후속 조치를 했다. 진입로 경사는 완만하게 되었지만 농기계 회차로가 없어졌다.
수해 등에 대비 비탈 사면 옹벽설치, 농기계 회차로를 주문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장마에 비탈 사면이 붕괴되면 영농에 차질이 우려된다.
논 진입로는 종전보다 급경사다. 주의해야 한다. 마을 주민 위한 도로 확장이다. 하지만 공사 할 때 논 진입로를 훼손하면 연락하는 게 상식 아닌가. 부실공사 시정 하는데 애를 먹었다.
최종 낭성면장에게 진입로 확장, 비탈사면 안전조치 등 시정를 촉구했다.
그러자 수로에 배관을 매설해 논진입로가 확장되고 비탈사면에 안전망을 설치해 마무리 할 수 있었다.
4차에 걸친 시정 요구 끝에 면에서 민원을 수용한 것이다.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시정되지 않았다.
모내기 앞서 평탄 작업을 했다. 처음에는 서툴다가 마칠 무렵에는 수월하다. 소설 톨스토이가 쓴 안나카레리나에 풀베기 작업이 연상된다. 주인공 레빈은 농부들과 함께 풀베기를 한다. 그 과정에서 최고의 몰입에 이른다. '30분쯤 낮질 한 줄 알았던 풀베기는 한나절을 넘기고 있었다. 마치 낮이 저절로 풀을 벴다'는 장면이 떠오른다. 익숙하고 몰입하면 모든일이 쉬워지기 마련이다.
이제 트랙터 작업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다. 농부가 다 된 느낌이다. 운행 중 시동이 자주 꺼진다. 그럴 때 클러치를 밟고 키를 180도 돌려야 한다. 1700평 재벌 로타리 마쳤다. 점심은 김밥, 바나나로 대충 먹었다.
퇴근 시간 전에 트랙터를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서투르지 않으면 안된다. 새벽 6시에 시작했으면 시간이 충분했다. 늦잠으로 오전 10시30분에 작업을 시작한 게 후회됐다.
6시간정도 소요됐다. 트랙터에 익숙하면 3시간이면 된다.
◇ 트랙터 등 농기계 세차시설 필요
트랙터 작업을 마치면 세차가 문제다. 도시 농부는 난감하다. 트랙터 세차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환경오염 방지차원에서 단속대상이다. 그래서 도시농부는 마을 주민들과 소통해야 한다. 6년째 부모 처럼 모시는 지인집에서 세차를 했다. 세차 후 물값을 인사차 어느정도 건네는 건 필수다.
도시 농부 첫해는 2km 정도에 있는 소하천에 가서 세차를 했다. 도로 주행 중 사고 위험도 있다. 양동이로 트랙터 세차하느라 애를 먹었다.
하지만 직원으로부터 세차 불량이라고 혼쭐이 난 적이 있다. 부화가 치밀었지만 참았다. 직원에게 대들면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다음 농기계 임대에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 물론 농기계 사용 후 세차는 기본이다. 농기계센터에 고압세차 시설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같은 애로 사항을 건의했지만 마이동풍이다. 이같은 상황은 청주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당초 모내기 날은 20일이다. 앞서 전날 저녁 8시쯤 모내기 도움주는 분에게 전화를 했다. 모내기 시간, 준비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논 물 상태는 흙이 보일정도로 유지해 달라 주문한다. 그래서 밤 10시에 논에 도착해 자동차 차 헤드라이트로 불을 밝히고 물빼기 작업을 했다. 청주서 낭성 논까지 자동차로 40분정도 소요된다. 물빼기 작업에 왕복 2시간정도 소요됐다.
모내기는 오전에 2시간 정도면 마친다. 오전 9시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일기 예보에 12시~3시에 비가 온다고 했다. 모내기 도움 주는 분이 비가 오기 때문에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예전같으면 비가 와도 모내기를 했다. 비올 때 모내기 하면 마세트 등 초기 제초제 약효에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비오는 날 모내기 하는 걸 피하는 게 좋다.
비가 멎다가 오곤한다. 예정대로 모내기를 했으면 했다. 2차례 시도하다 포기했다. 비가 오지 않는 이틀 후 하기로 했다.
주말이면 성남에 사는 아들집에서 보내곤 했다. 7살 손녀와 서울올림픽공원에서 순회 기차 타기로 약속했다. 모내기 차질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속이 상했다. 손녀는 '모내기'가 무엇이냐고 질문한다. 우리가 먹는 쌀나무를 심는 작업이라고 들려줬다.
◇ 농심은 천심이다. 무심한 천심에 속 젖는 농심이다.
하필 모내기 하는 날 심술궂게 비가 왔다. 이제 모내기 이앙기를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의 힘이 아닌 자력으로 모내기를 할 수 있는 기술 습득이 필요하다. 트랙터도 운행하는데 이앙기 도전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모내기 시기에 이앙기 임대가 어렵다. 관에서 비치한 이앙기에 비해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앞서 12일 논 두렁 제초작업을 했다. 예초기는 지인에게 빌려 사용했다. 하지만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예초기는 사용하지 않을 때 연료를 빼 놓은 상태에 보관해야 한다. 인근에서 농사 짓는 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예초기에 대해 조예가 있는 분이다. '기름이 캬브레다에 들어 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고 진단한다. 예초기 수리해 시동만 거는데 40분정도 소요됐다. 휴식 후 시동을 걸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잠시 기다리다 다시 시도하면 시동이 걸린다. 5시간에 걸쳐 논 둑 제초작업을 마쳤다. 제조작업 하는 도중에 선그라스를 분실하기도 했다. 아무리 논두렁을 둘러봐도 찾을 길이 없어 포기했다. 10일 지난 후 찾았다. 논 물빼기 작업하자, 분실한 선그라스가 있는게 아닌가. 나이 먹을 수록 건망증이 심하다. 물건을 자주 분실하는 게 속상하다.
보통 농가에서는 봄에 논 둑에 제초제를 살포한다. 그러면 논 둑 풀이 갈색으로 변한다. 혼자만이 논 둑 예초작업을 고집한다. 때론 우직한 생각이 들때도 있다. 농약은 모내기 할 때 초기 제초제(마세트)만 사용한다. 묘판에 육묘상처리제(뉴명콤비)도 사용한다. 일반 농가에서는 중간에 2~3차례 농약 살포하는 게 관례다. 본인도 병해충이 심해 지난해 한차례 농약을 살포했다. 드론으로 농약을 살포하는데 10만원(인건비)을 지불했다. 올해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친환경, 무농약을 지향한다.
중간에 농약을 사용치 않으면 수확이 30%이상 감소한다. 그래도 친환경 농사를 고집하기에 감내한다.
5년째 쌀 수확 당일 지인들에게 시중가로 판매했다. 정부 수매보다는 좋은 가격이다. 수확하면 형제나 신세진 지인들에게 나눠준다. 그리고 나서 친구나 지인들에게 카톡을 통해 신청을 받아 소비한다. 해마다 가을이면 식량조차 모자라 시중에서 쌀을 사서 먹는다.
'이농심행 무불성사'란 말이 있다. 농심으로 행하면 이루지 못할 게 없다는 의미다. 지난 3월말 작고한 고 신춘호 농심회장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진인사대천명'이다. 최선을 다하고 하늘에 맡긴다. 올해는 모내기 적기에 비가 왔다. 하늘이 도운 것이다. 대풍을 기원해 본다.
김태순 기자 kts5622@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