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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싸움의 비극

기사승인 2021.09.11  19: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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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4백년 전 경북 안동에 살았던 한 사대부집 ‘원이 엄마’라는 아녀자는 남편이 죽자 편지를 써 무덤 속에 넣었다. 남편의 이름은 이응태(1556~1586)로 선조연간 사람이었다. 이 편지는 무덤을 이장하던 중 발견되었다.

부부는 금슬이 매우 좋았던 모양이다. 남편의 죽음을 애도하는 아내의 편지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저리게 한다. 어떤 내용이 담긴 것일까.

-원이 아버님께...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갖고 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중략)-

아내는 또 남편을 그리는 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당신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말해주세요.(하략)-

그런데 죽은 남편이 신고 있던 짚신은 아내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것이었다고 한다. 남편을 얼마나 사랑했으면 아내가 자신의 머리를 베어 짚신을 만들어 신겼을까. 4백여년전 애틋한 부부별곡이며 조선 판 ‘사랑과 영혼’이다.

기묘사화 때 보은 종곡출신 김정(金淨))은 조광조와 짝을 이루어 개혁을 하려다 제주도에서 사약을 받았다. 남편의 죽음 소식을 들은 부인은 남장을 하고 제주도에 까지 달려가 남편의 시신을 지게에 지고 고향으로 돌아와 양지바른 곳이 묻어준다. 충청도 보은에서 제주도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어서 어떻게 이런 용기가 생긴 것일까. 남편에 대한 아내의 사랑이 기적을 이룬 셈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부부애도 있지만 세상에는 평생 원수가 되고 끝내는 비극으로 끝을 맺는 경우도 많다. ‘부부는 전생에 원수였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 세상이 아닌가 싶다.

최근 코로나 장기사태로 가계 경제가 무너지자 부부간에 잔인한 사건이 고리를 물고 있다. 이혼 소송 중인 40대 남자가 아내를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은 큰 충격을 준다. 보도를 보면 당시 피해자는 소지품을 챙기러 자신의 부친과 함께 남편 거주지를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부인은 죽으면서 ‘우리 애들 어떻게 해..’라고 울먹였다고 한다.

남편은 남은 자식들과 늙은 부모에게 까지 불행을 전가시켰다. 참담한 충격을 어떻게 극복하란 것인가.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사이코 패스 같은 잔악 행위다.

부부는 완벽한 두 사람의 결합이 아니다. 지혜로운 부부는 서로 용서와 포용을 실천하며 산다. 부부가 참지 못하면 불행은 가족들의 몫이다. 400여년 전 금슬 좋았던 남편을 먼저 보낸 원이 엄마가 쓴 망부가가 새삼 기억나 적어본 것이다.

이재준 limlee9@hanmail.net

<저작권자 © 세종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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