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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진노

기사승인 2024.05.27  10: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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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필자는 최근에 여러 고적을 답사하느라 시골을 자주 다닌다. 차가 없을 때는 버스를 타고 때로는 택시도 이용한다. 지난 주말 경기도 모 지역에서 택시를 탔는데 70대 기사분이 나라를 걱정하며 말을 꺼냈다.

‘요즈음 대통령이 진노했다고 야당이 특검 한다고 하는데 무슨 얘기인가요?’ 하고 물었다. ‘글쎄 저는 잘은 모르겠습니다...’ 운전기사는 다시 거품을 물었다. ‘회사 사장도 화를 내고 부모가 자식한테 화를 내는 것이 상정인데 그럴 때마다 물러나라고 합니까. 대통령도 잘못된 일이 있으면 화를 낼 수도 있지 특검을 해야 한다니 너무하는 거 아닌가요?’

필자도 채 상병 사망 사건에 관한 특검 주장엔 동조하지 않는다. ‘아직도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과 관련 누구에게 어떤 진노를 했는지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왜 대통령은 진노했을까. 야당은 ‘탄핵감이다’라고 소리치며 연일 용산을 성토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충남 서산이 지역구인 성일종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KBS시사프로그램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 채상병 사건과 관련 ‘대통령이 문제가 있다고 격노하면 안 되냐. 격노한 게 죄냐’고 야당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성 사무총장은 ‘시신 수색 작전을 하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돌아온 8명을 기소 의견으로 낸 게 맞느냐는 얘기를 국군 통수권자로서 한 것’이라며 ‘책임을 묻는다면 앞으로 작전 명령을 했을 때 누가 나가겠냐. 국군 통수권자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얘기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은 법률가이자 군 통수권자이니까 비교적 법률적 측면에서 접근한 것 같다’며 ‘그러니 조사 결과에 대해 작전 수행하러 갔던 사람들이 과실치사 등 무슨 문제가 있냐고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군은 그동안 농촌지역의 일손 봉사와 수해지역 복구 등 지원을 철 따라 해왔다. 몇 년 전 강원도 강릉시 수해 때는 수재민들이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인근 부대 장병들이 지체 없이 나와 장비를 동원 복구를 도왔다.

주민들도 군의 복구 작업에 힘을 얻고 폐허가 된 집을 정리하는 등 의욕을 찾았다. 전국에서 이 영상을 본 국민들은 뜨겁게 박수를 보냈다.

필자는 군의 이런 대민 봉사활동도 평화시 작전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군대는 상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병력이 이동하고 장비가 움직이면 이는 작전이다.

천재지변이 발생했을 때 군이 나서 복구지원을 돕는 것은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미군은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난 폐허지역에는 주 방위군이 나선다. 군과 경찰 시민이 나서 피해복구를 한다. 그런데 여기서 구조 작전 중 군이 사상자가 날 경우 그 책임을 군 지휘체계에 묻고 있을까.

사실 최고 통치자는 자주 화를 내거나 이를 아랫사람에게 나타내서는 안 된다. 조선 왕조시대에도 간관들은 임금이 어전에서 노기를 띠는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임금이 화를 노출하거나 분노를 참지 못하면 임금과 신하 간의 언로가 막힌다는 것이었다,

조선 선조 때 율곡 이이는 임금이 어전에서 화가 나 얼굴이 상기되고 표정이 좋지 않자 그 자리에서 극간을 했다. ‘임금은 표정이 없어야 하며 더구나 진노를 표출하면 어느 누구에게 충언을 구할 수 있습니까’라고 했다. 꿀 먹은 벙어리가 돼야 중신들이 진언을 활발히 개진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중전을 잃은 영조가 침통하여 예를 어기려고 하자 승지와 정승들이 극간했다. 임금이 화를 내자 사직을 하며 따르지 않았다. 아무리 슬프고 황망하더라도 임금은 흥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야당의 특검 탄핵 공세가 국론을 분열시키고 군의 사기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지금 시골 원로까지 나라를 걱정한다는 것을 깊이 알아야 한다.

이재준 limlee9@hanmail.net

<저작권자 © 세종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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