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오병익 충청북도교육삼락회장 | ||
1219명, 2024 광복절 특별사면대상자 숫자다. 어쨌건 사회통합 차원에서 경축 의미가 컸다. 그러나 반쪽짜리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을 두고 후폭풍이 일파만파다. 독립기념관장(김형석) 임명에 항의한 야당과 광복회가 따로 행사를 치렀고 야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그쪽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명목상 독립기념관장으로 돌리지만 진짜 속셈이야 정치적 양극화다.
예컨대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은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 봉납과 참배까지 끝낸 뒤였다. 두 패로 갈린 경축사를 통해 대통령은 금년을 '자유·평화·번영의 통일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원년으로 만들겠다'며 남북 당국 간 실무 차원의 '대화협의체' 설치를 북한에 제안하였다.
광복이 뭔지 한 다리 두 다리 건너 소설 읽듯 한 소년소녀·청년들만 노래로 뮤지컬로 다짐으로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를 불러댄 셈이다. 세계에서 5번째 똑똑한 나라(핀란드 지능테스트 기관 조사결과)가 한국이라는 게 서글펐다.
국제정세 역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북한-러시아의 불법 군사 거래와 일촉즉발 중동 전쟁으로 위협은 이미 차고 넘치지만 우리에겐 무뎌진 국제 감각을 어쩌랴. 툭하면 초등학교 교과서 기존 3종과 나머지 2종까지 독도를 자기들 영토로 표기해 '못 먹는 감 찔러보기'다. 독도 연구를 한답시고 울릉도까지 슬금슬금 접근하는 이상 기류 아닌가. 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에 우린 뭘 얻었나. 사느냐 잡느냐의 바둑판 숨바꼭질처럼 또 어떤 패를 쓸지 멍하다.
2010년 3월 6일 우리 해군 천안함이 백령도 해상에서 피격돼 두 동강 난 채 침몰된 사건일지, 물살 센 바다 속에서 조국의 별로 잠든 772함 수병 마흔여섯 아들조차 너무 잊고 살았다. 큰일이 터지고 나면 비로소 진상조사다 뭐다 떼로 뭉쳐 시끄럽게 '웅웅'거려 왔잖은가. 하지만 안보라인 교체가 유독 잦다. 작년 이맘때쯤 한·미·일 세 정상이 채택한 '캠프데이비드' 원칙 하나가 전방위 안정을 담보할 순 없다.
◇ 유비무환
뭍에 있을지언정 출어(出漁) 준비로 눈코 뜰 새 없는 바닷사람들 삶을 보면 정치 레시피야 말로 혼란스럽다. 다들 사욕·끼리끼리 외통수이니 훈계하고 훈수할 멘토조차 반칙 강도를 정치 단수(段數)처럼 인식한다.
윤대통령이 검찰 특별수사팀장 시절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한 단문은 국민을 뿅 가게 했고 그야말로 퍼펙트 행진의 순탄대로였다. 그런데 말과 실천은 달랐다. 인사마다 반전 없는 헛스윙 '탈3진 혼전' 제구력 부진을 드러냈다. 야당 자극 맞춤형 같다. 왜일까. '독수리눈으로 보라'는 감독 사인마조 놓치고 있다. 이대로라면 민심도 갈라져 굴러가는 게 정상처럼 비쳐질 거다. 인력풀부터 다시 짜되 '균형 잡힌 전문성'에 강수를 둬야 한다. 이런 요구는 몇몇 사람 질타가 아니라 광복절 절단의 대중적 호통이다.
지금 세계는 나라마다 완벽하게 '이니셔티브'를 쥐려 발버둥을 친다. 어느 나라든 이런저런 문제를 안고 산다. 그러나 실질적 대처·변화 차이는 확연하다. 우린 '방안 호랑이'다. 국제무대의 전략기조, 까딱하다간 동맹과 등지고 우방과 멀어질 수 있다. 초당적으로 머릴 맞대고 '국익'의 A,B,C를 서둘러도 모자랄 판에 언제까지 정쟁(경색국면)으로 리스크를 범벅할 텐가. 어쨌든 역사적 변곡점에 섰다. 글로벌 여건 악화에 철저한 대비가 급선무다.
'하루 전투를 위해 백날을 훈련하는 군대'처럼 고수일수록 호적수 앞에 설레발치지 않는 법, 감정적 배척이 꼭 능사가 아니다. 냉정하게 되돌아보며 공존·상생 기회로 헐거웠던 관계의 새로운 물꼬를 터야겠다. 자강(自强) 성장 엔진을 찾아 꼬일 대로 꼬인 난제를 풀어야 한다. 늦었을 때 호되게 느끼는 것 최고 공부다. 협상과 침묵 사이의 울화통 속에서도 한국 정치·한국인을 믿는다.
오병익 obinge@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