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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부의 오해

기사승인 2022.11.14  14: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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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병익 충북교육삼락회장·아동문학가

조롱박 넝쿨이 줄타기 한다. /여름내 기어오른 것도 모자라 늦가을까지 아래 한번 안 본다. /‘어쩌려나’ /고개도 날마다 따라 올라 더 젖히기 힘들 때 /하나 둘, 모양 빚어 이제부터 내려오기 연습이다. /옹기종기 매달린 모습 /그래, 조롱박이라 작명했다지 /필자의 시 ‘조롱박’ 전문이다.

조롱박 일생과 사람의 완성은 닮은 데가 많다. 번듯한 도서관에 책의 홍수는 어디를 가도 흠잡을 구석이 없다. 잊었을지 모르나 20여 년 전만 해도 학교마다 건물 중앙에 도서관(실)을 배치하고 이동도서실까지 꾸며 필독·권장도서 일기·독서토론으로 뜨거웠다. 그런데 요즘 어떤가. IT 산업의 발달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실시간 볼거리, 들을 거리, 즐길 거리와 산더미처럼 밀려드는 정보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그렇다고 디지털이 모든 걸 대신해 줄 순 없다. 책은 누군가에게 꿈이 되고 또 제2인생의 사다리가 되었다.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수학은 최고 등급인 5그룹으로 만장일치(국제수학연맹 집행위원회) 승급 확정됐다. 금종해 대한수학회장의 기고가 꽂힌다. “한국 교육은 배우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데 시간과 노력을 더 많이 들여야 한다. 시험 잘 치는 훈련, 반복적 문제 풀이, 실수 안 하기 훈련은 사고의 확장성을 저해하는 최악 학습…” 당연한 지적이요 미완의 논란거리다.

창의 기본 바탕은 독서다. 그렇담 우리 국민 평균 독서량은 얼마일까. '2021년 국민 독서실태(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만 19살 이상 성인 연령층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47.5%, 평균 문학 독서량은 2.3권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였다. K 문화콘텐츠의 세계적 우위와 달리 부끄러움 앞에 섰다.

독서야말로 얻을 수 있는 게 많은 반면 사교육도 필요 없잖은가. 그렇다고 처음부터 ‘몇 권 읽기’ 등, 구속적 계획은 오히려 ‘독서 성장판’을 닫기 쉽다. 일차적으로 재밌고 휴대에 편리하며 건강한 사람들의 구체적 삶이 담긴 책을 조금씩 아주 느리게 맛 들이면 된다. 몇 쪽짜리 책부터 단계를 높여가야 멀미도 잊을 수 있다. 한번 빠지다 보면 꽤나 중독하다시피 파고드는 매력 덩어리다.

◇ ‘신언서판(身言書判)’

독서가 어렵다는 학생이 예상외로 많다. ‘대입 논술고사’를 전제한 두려움(어휘, 문장, 글 전체를 이해 등)에서다. 평가 기준을 따라 마지못해 책장만 넘긴다면 무슨 맛이 날까. 다독자의 경우 어휘가 늘어나 대화에 생각과 감정의 근육이 붙게 되니 언어와 생활 역시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여유롭다.

예부터 인물을 골랐던 네 가지 조건은 ’신언서판(身言書判)‘이었다. 결국 그 조건을 미달(인문학 소양) 하니 말실수가 잦아 리액션도 엉성하고 판단조차 흐려져 품격까지 떨어지는 거다. 4살 때부터 토·일요일이면 거의 마을 도서실과 시립도서관을 누빈 고등학교 1학년짜리 외손녀 독서량(진행 중)은 웬만한 장서를 훌쩍 웃돈다. 책에 끌려 일본의 변두리 헌 책방도 샅샅이 뒤질 정도다. 한데 부모랍시고 파이팅은 못할망정 에두른 수능 닦달로 속을 태운다. ‘진짜 공부’를 어디 ‘수능’에 비하랴.

오병익 obinge@hanmail.net

<저작권자 © 세종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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